Mome

의식의 흐름

식물사전 2016. 11. 24. 15:37

 편한 이미지가 부럽다. 나는 약간 어렵고 진중한 이미지기 때문에 실상 편한 것과는 거의 반대된다. 내가 어렵고 진중한 이미지인만큼 나도 남을 볼 때 어렵게 본다. 그만큼 존중감을 갖기도 하지만 그만큼 벽을 세우기도 한다. 그런데 아주 가끔씩 내가 벽을 세우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이 몇몇 나타난다. 나는 그런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어하고, 곧잘 친해진다. 놀랍게도 그들은 (아마?) 모두 남성이었다. 그래서 나는 사실 남성을 좋아하는가 하고 생각해보기도 했다. 사실 젠더적으로라면 나는 뭐가 어찌됐든 사람만 좋으면 좋은 것 같다(나는 '사랑'을 모르기에 이것이 사랑인지 아닌지는 당연히 모르겠다). 쉽게 말하면 그냥 편한 사람이 좋다~. 몸적인 영역에서 보자면 나는 내 몸에 대부분 만족한다. 작은 키에 대한 불만같은 것은 미미하게 있지만, 내 신체를 거부하는 부분은 별로 없다. 딱 하나가 있다면 체모다. 나는 체모들이 너무 싫다. 체모 자체가 싫기는 하지만 남성 특유의 꼬불꼬불하고 긴 체모가 너무 싫다. 그래서 신체로서 남성에게 끌리지 않는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좀 혐오한다. 어쨌거나 그래서 나는 제모한다. 겨드랑이, 유두, 배렛나루, 다리털(은 부분만) 다 제모한다. 그리고 나는 만족한다. 각자가 자신의 몸의 어느 부분/전체를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싫어하는지는 각자에게 달린 일이다(각자가 결정한다고 쓰지 않은 이유는, 그건 결정 이전에 있는 영역이기 때문). 어쨌거나 뭔가 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었던 제모를 시행하고 나니 훨씬 만족스럽다. 우리가 이유없이 갖게 된 편견을 깨우치고 깨트리는 것은 생각보다 좋은 일이다.

의식의 흐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