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데서나 나도 팍 쓰러지고 싶었다
화염에 휩싸인 채 흘러가는 구름들, 들판 위의
집들 빠르게 빠르게 하늘을 건너갈 때
누군가의 깊은 한숨이 마리화나의 새떼를 날릴 때
날아가는 새떼들 위로 쏟아지던, 화염방사기 속의 여름
나는 아무데서나 어디로든 도피하고 싶었다 하늘에서
참새구이들이 투툭 떨어져, 소주병 속으로 떨어져
푸른 정맥 속에서 하나의 길이 예감처럼 솟구쳐오를 때
사랑을 잃고 나는 걸었네
자전거를 타고 가기도 했네
추억이 페달이었네 폐허와
폐허와 폐허와 또 다른 폐허
속에서 푸푸
푸른 현기증이 나도, 페달을 밟으면서
길 옆으로는 가기도 잘도 갔네 아 하면
아이디 아이다 호호호, 푸푸푸 하면서
세월이 갔네 아무데서나
사랑을 했네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쓴 것이 몸에는 좋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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