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의 모형들은 성 유해성 도미노 이론을 상정한다. 경계선은 성적 질서와 혼란 사이에 있는 듯하다. 이 경계선은, 무엇이든 이러한 성애 비무장 지대를 가로지르도록 허용된다면 무시무시한 성교에 대한 방어벽이 무너지고 무언가 형언할 수 없는 것들이 날뛰게 되리라는 두려움을 시사한다.
이런 종류의 성도덕은 진정한 윤리학보다는 인종주의 이데올로기와 더 많은 공통점을 지닌다. 그것은 선을 지배 집단에 부여하고 악을 하층민들에게 몰아넣는다. 민주적인 도덕이라면 파트너를 대하는 방식, 상호 배려 수준, 강제력 유무, 제공하는 쾌락의 양과 질로써 성행위를 평가해야 한다. 성행위가 동성애냐 이성애냐, 둘이 하느냐 집단으로 하느냐, 속옷을 벗느냐 입느냐, 상업적이냐 비상업적이냐, 비디오를 쓰느냐 안 쓰느냐 따위가 윤리적인 고려 사항이 되어서는 안 된다.
다른 사람의 성행위를 인정하기 위해서 특정 성행위를 좋아하거나 수행할 필요는 없다(‘싫어하지 않을 필요도 없다’는 개인적 의견을 더하고 싶다).
단일한 이상적인 섹슈얼리티라는 개념은 성행위를 둘러싼 대부분의 사유 체계를 특징적으로 보여준다. 종교적 차원에서 이상적인 성행위는 아이를 낳는 결혼이다. 심리학에서는 성숙한 이성애이다. 비록 그 내용이 달라지지만, 성에 대한 단일 기준의 판형은 페미니즘과 사회주의를 포함한 다른 수사 체계 내부에서 끊임없이 재구성된다. 모든 사람이 레즈비언, 비-일부일처주의자, 특이 성향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불쾌하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이성애자, 기혼자, 평범한 성향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 것도 마찬가지다. 전자보다 후자의 견해가 상당히 많은 강제력으로 뒷받침되기는 하지만 말이다.
- 게일 루빈, 「일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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