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가리는 법 알려준다. "여자도 군대 가야 하냐?" 하고 물어봤을 때 응이라 대답하면 진정한 페미니스트고 아니라 대답하면 꼴페미나치다.]

뭘 몰라도 한참 모른다. 하고픈 얘기가 3개 있다.
1. 여성은 왜 군대 못(안) 가게 됐는가
2. 여성이 군대 간다고 한들 뭐가 달라지는가
3. 남자들의 이기심

 첫째로, 여성은 왜 군대에 못 가게 됐는가. 자 생각해보자. 여성을 군대에 보내지 않도록 결정한 것은 남성이겠는가 여성이겠는가. 남자다. 그래놓고 남성들은 "너네 군대 안 가잖아"하고 말한다. 가지 말래놓고 안 간다고 트집 잡는 꼴이다. 우스워도 많이 우습다. 조금 더 과격하게 말하자면, '힘 없고 나약한' 여성에 비해 '신체적으로 강인한' 남성이 군대라는 권력을 스스로 만들고 스스로에게 부여한 꼴이다.

 둘째로, 여성이 군대에 간다고 대답하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반대로 생각해보자. 여성이 남성에게 "너도 명절에 제사음식 다 만들어. 낯선 시댁에 가서 부대끼면서 몸이랑 마음 다 고생해봐"라고 말한다면 남성들은 뭐라 대답할까? 적어도 나는 "까짓거! 그래! 하면 되지!"하고 대답할 것같다(한 적 있다). 이는 너무 쉬운 대답이며, 이미 주어진 현실을 모르는 대답이며, 아니 애초에 주어진 현실을 모르는 질문이다. 우리의 안일한 생각과는 다르게 여성은 '실제로' 해마다 시댁에서 고생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여성들의 안일한 생각과는 다르게 우리는 실제로 2년을 군대에서 썩는다. 여자도 군대 가야되냐는 질문에, 응이라 대답한들 혹은 아니라 대답한들 우리의 억울함은 달라지지 않는다. 질문으로부터 아무것도 도출되지가 않는다. 질문부터 유효하지 않다.

 셋째로, 남자들은 참 이기적이다. 군대 참 짜증난다. 속된말로 X같다. 그런 것들 다 인정한다. 나도 군대 X같다. 짜증나면, 풀이의 대상은 짜증을 준 대상이어야한다. 군대가 짜증나면? 군대를 바꿔라! 우리 이등병때는 참 포부가 당차다. 이 X같은 군대에서 살아남는다. 더 나아가서 조금이나마 바꾼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다. 마음의 편지처럼 외적으로 드러나는 저항은 아닐지라도, 누구나 다 내적으로 저항한다. 고참급이 되면 대부분 변한다.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한다. 그 와중에는 고참급이 되어서 군대에 부조리를 타파하려 노력했던 사람도 아마 있긴 할 거다. 그런데, 전역하고 나서는 다 똑같다. 어차피 '내 일 아니다' 나는 국방부 앞에서 군대의 부조리에 대해 군필자가 시위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군대가 짜증나면 군대를 바꿔라. 여자에게 분풀이하지 말고. 혹자는 군대를 바꾸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이나 하겠냐고, 이상한 말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나도 방법은 모르겠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가 군대에 못 가게 만들어놓은 여성에게 '너넨 군대 안 가잖아'하고 분풀이하는 것보단 덜 이상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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